서울문화재단 문화 기획 활동 긴급지원 190시간 지원 공고가 올라온 2020년 4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세계는 위기 상황을 점점 더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공연예술계 역시 멈춤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그로부터 반 년이 지난 지금, 공연예술계는 여전히 ‘멈춤’과 ‘코로나와 함께 살기’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습니다. 저는 방역 전문가가 아니기에 무엇이 해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몇 달간의 ‘멈춤’ 속의 또 다른 ‘지속’을 위해 예술가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몸부림이 있었는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과정이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1990년대 문화 부흥의 시대에 비해 2000년대에 들어와 한국의 공연예술은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팬데믹 선언과 동시에 공연예술은 갑자기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을 위로하는 수단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예술인들은 지속가능성보다는 생존을 위해, 수많은 국가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거나 기다리며, 그들이 하던 예술을 벗어나 누군가에게 ‘필요한 예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속히 지원서에 적는 행정언어로 예술은 사회를 바꾸어야 했고(물론 정말로 사회적 영향을 미치는 공연도 있습니다.), 공연예술의 확장을 위해 경제적·사회적 영향력을 미쳐야 했고, 남들보다 더 획기적인 융복합 예술의 아이디어를 내놓아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공연의 기회를 위해 자비를 내고 공연을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었습니다. 창작의 환경이 전적으로 ‘공연의 기회’에 달려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공연예술’의 본질은 퍼포머와 관객이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그 자리에서 작품의 실체가 만들어져 가는 형태의 예술입니다. 그리고 그 현장감(Liveness)을 지속하기 위해 많은 예술가는 온라인 공연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카메라에 대한 이해가 없고, 잘 구축된 플랫폼이 없이 본래 공연을 그대로 살리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또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접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온라인 공연만으로도 view를 올릴 수 있는 예술가(또는 단체)와 신진 및 독립 예술가들 사이의 빈부격차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또 ‘비대면’과 관련된 수많은 지원 공고가 올라오기 시작했기에 예술가들은 하던 방식을 멈추고, 어떻게든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더 전전긍긍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지원사업에 합격했다면 예산을 반드시 올해 안에 써야만 했고 미룬다고 해도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조회 수가 있든, 없든, 그 숫자가 정확하든, 정확하지 않든, 창작의 시간이 넉넉하든, 넉넉하지 않든 내 작품이 무료로 인터넷에서 무한정 노출된다 할지라도 지속을 위해 온라인 공연을 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의 위기에서 국제정치 및 위생 상황에 따라 해외투어가 미뤄지고, 취소되고, 끊기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불만을 터트릴 수 없었습니다. 장기적으로 공연예술을 지속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섣불리 화를 내거나 따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국의 공연예술은 유럽 지역에서 많은 초청을 받곤 하는데 2020년은 물론이고 2021년까지도 약속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들 입장에서는 잠시 아시아국의 공연예술 작품은 최대한 보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안전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답합니다. “아 그렇군요. 이해합니다. 부디 다음 기회에 다시 초청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4월, 문화 기획 활동 190시간으로 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응하는 해외 공연예술계의 동향과 사례들을 번역·연구하고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다시 공연예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구축하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 가득했던 190시간이 끝나고, 지난 몇 달간 공연예술의 지속을 위한 현장의 몸부림을 돌아보면 ‘과연 이렇게 계속 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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